Post-Mortem 24시간 규칙 — 또 못 지켰다
사후 보고서 미루기 패턴을 3년째 반복 중. 이번엔 왜인지 들여다봤다.
패턴은 매번 같다
장애 복구 직후 느끼는 감정 순서:
- 안도 (살았다)
- 피로 (자야 한다)
- 미루기 (내일 쓰면 되지)
막상 ‘내일’이 오면 맥락이 절반 날아가 있다. 커맨드 히스토리는 남아 있어도, ‘왜 그 결정을 그 순간에 내렸는가’는 이미 흐릿하다. 사건 당시 슬랙 스레드를 다시 펼쳐봐도 감각이 복원되지 않는다.
올해 기준으로 세 건 있었다. 셋 다 보고서는 72시간 이후에 작성했다. 하나는 닷새 뒤였다.
왜 미루는가
이유를 정직하게 나열:
- 복구가 끝나면 ‘긴급’이 풀린다. 조직 전체의 긴장이 해제되는 순간, 보고서 작성은 우선순위 밖으로 밀린다.
- 쓰는 게 불편하다. 내 실수, 내 판단 미스를 문서로 고정하는 일은 본능적으로 저항이 온다.
- 아무도 즉시 요구하지 않는다. 팀이 친절할수록 마감 압박이 없다. 좋은 분위기가 오히려 독이다.
결국 미루는 건 게으름이 아니라 회피다. 불편한 사실을 활자로 굳히기 싫은 것.
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반복된다
다짐은 소용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. 그래서 이번엔 절차 두 개를 건드린다.
첫째, 복구 완료 슬랙 메시지에 보고서 링크 자리를 포함한다. “복구 완료. Post-mortem 초안: [여기]” — 링크가 비어있으면 스스로 민망해진다. 소셜 압박을 설계에 넣는 것.
둘째, 사건 직후 15분 안에 음성 메모를 남긴다. 문서 완성이 목표가 아니다. 복구 결정 흐름을 날것으로 녹음해두면, 나중에 문서로 옮기는 게 훨씬 빠르다. 맥락 보존이 핵심이다.
형식은 최소화한다. 세 줄이면 충분하다:
- 무슨 일이 있었나
- 왜 일어났나
- 다음엔 뭘 바꾸나
완벽한 보고서보다 48시간 안의 허술한 초안이 낫다.
다음 한 가지
다음 장애 이후, 슬랙 복구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빈 보고서 링크를 먼저 만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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