자동화가 오히려 느렸던 세 번의 경험
자동화는 항상 빠르지 않다. 직접 해보니 사람이 더 빨랐던 순간들.
자동화를 짜는 데 이틀 걸렸다. 그 작업을 사람이 손으로 하면 30분이었다.
그 30분짜리 작업이 분기에 한 번 들어온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. 스크립트는 git에 잠들었고, 6개월 뒤 Python 버전이 바뀌면서 조용히 깨졌다. 발견한 건 다음 분기 작업일이었다.
자동화 비용을 계산 안 했다
막상 해보면 자동화 자체가 공짜가 아니다. 작성 시간, 테스트, 유지보수, 그리고 “언젠간 쓰겠지”라는 착각에 드는 인지 비용까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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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SV 리포트 합산 스크립트를 올해 초에 만들었다. 파일 컬럼 구조가 매번 조금씩 달라서 예외 처리만 열두 가지였다. 처음엔 1시간 작업이라고 봤는데 실제론 하루 반이 들었고, 이후에도 새 예외가 생길 때마다 30분씩 빠져나갔다. 그냥 엑셀로 하던 팀원이 훨씬 빨리 끝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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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동화가 빠른 조건은 하나다. 입력 형식이 완전히 고정되어 있고, 반복 횟수가 충분히 많을 때. 둘 중 하나라도 흔들리면 셈이 달라진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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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짠 스크립트가 맞는지 검증하는 데 또 시간이 든다. 사람이 직접 하면 눈으로 확인하면서 진행하지만, 자동화는 “왜 결과가 이상하지”를 역추적하는 시간이 별도로 붙는다.
알림 봇이 노이즈가 됐다
슬랙 알림을 자동화하면 팀이 빠르게 대응할 거라고 믿었다. 2026년 기준으로도 이 오해를 하는 팀이 많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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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버 CPU가 70% 넘으면 알림을 보내도록 설정했다. 기준이 너무 낮았고, 배포 시간대마다 채널이 울렸다. 3주가 지나자 팀 전체가 그 채널을 무음으로 돌렸다. 진짜 장애 알림이 왔을 때 아무도 못 봤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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결국 그날 장애는 고객 문의로 먼저 알았다. 자동화가 있었는데 사람 손으로 모니터링 대시보드를 열어보는 것보다 늦게 파악한 셈이다. 알림의 신뢰도는 낮으면 0에 수렴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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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후에 기준을 95%로 올리고 5분 지속 조건을 붙였더니 알림이 월 2~3건으로 줄었다. 팀이 다시 채널을 켰다. 자동화 설계보다 임계값 설계에 시간을 더 써야 했다.
배포 자동화가 롤백을 막았다
파이프라인을 완전 자동화하면 휴먼 에러가 없어진다. 맞는 말이다. 단, 파이프라인 자체에 버그가 없을 때 한정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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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I/CD를 정비하면서 스테이징 확인 단계를 “시간 낭비”라고 판단해 건너뛰게 만들었다. 두 달 뒤 프로덕션에 잘못된 환경 변수가 들어갔다. 파이프라인은 성공으로 끝났고, 애플리케이션 로그엔 에러가 없었다. 조용히 잘못된 상태로 6시간 운영됐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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발견한 건 외부 파트너사 담당자가 “API 응답 값이 이상하다”고 메일을 보낸 덕분이었다. 자동화된 모니터링이 감지하지 못한 걸 사람이 먼저 잡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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롤백도 자동화에 묶여 있어서 수동으로 하려면 파이프라인 변수를 뜯어야 했다. 그냥 이전 이미지를 직접 배포했다면 5분이면 끝날 일이었는데, 자동화된 절차를 역행하는 데 20분이 걸렸다.
자동화가 지식을 숨겼다
팀에서 가장 많이 간과하는 부분이다. 자동화가 잘 돌아가는 동안, 그 안에 있는 비즈니스 로직을 아는 사람이 사라진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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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산 계산 로직을 스크립트로 옮긴 뒤 2년이 지나자 아무도 그 로직이 왜 그렇게 짜였는지 설명하지 못했다. 코드가 있으니까 “그냥 돌아가는 거 아닌가요”라는 말이 나왔다. 그러다 수수료 정책이 바뀌었고, 스크립트를 수정해야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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처음엔 하루면 될 줄 알았는데 로직 역추적에 3일이 걸렸다. 담당자가 퇴사한 상태였고 주석은 없었다. 그 3일은 자동화가 없었다면 그냥 담당자에게 물어보면 됐을 시간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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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동화 결과물이 블랙박스가 되는 순간, 유지보수 비용이 원래 손 작업 비용을 훌쩍 뛰어넘는다. 코드는 남았지만 이해는 사라졌다.
그래서 자동화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
오해하면 곤란하다. 나도 자동화를 계속 한다. 다만 기준이 생겼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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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이 작업이 월 몇 번 들어오나”를 먼저 세어본다. 최근에 정한 내 기준은 월 8회 미만이면 자동화 ROI를 의심하고, 입력 형식이 불안정하면 무조건 보류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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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동화 전에 한 번은 손으로 직접 해본다. 직접 해보니 예외 케이스가 보이고, 그게 스크립트 설계를 바꾼다. 설계를 먼저 짜고 손 작업은 건너뛰면 나중에 예외 처리로 두 배 돌아오더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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알림과 파이프라인에는 반드시 사람이 개입하는 단계를 하나 남긴다. 완전 자동화가 목표가 아니라, 사람이 판단할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는 게 목표다.
다음 한 가지
다음 자동화 PR을 올리기 전에 “손으로 하면 얼마나 걸리나”를 README에 한 줄 적기로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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